작년에 DeepSeek API에 100달러를 충전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 돈을 다 쓰지 못했다. AI를 매일 쓰는 사람으로서 이 문장은 꽤 이례적인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DeepSeek V4는 준수한 성능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토큰 가격을 붙이고 있었다. 메인 모델 곁에서 받쳐주는 보조 모델로 이보다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생각까지 했다. 이 가격이면 LLM을 붙인 서비스를 만들어도 충분히 본전 이상을 뽑을 수 있겠다고.

메일 한 통, 바뀌는 가격표

그런데 정식 출시와 함께 API 가격이 바뀐다는 메일이 왔다.

메일 기준으로 8월 17일 자정부터 오프피크 시간대는 약 2.5배, 피크 시간대는 약 5배가 올랐다. 할인율이 아니라 배수로 적힌 안내를 보니 체감이 바로 왔다. 유난히 저렴하던 시절이 끝났다는 알림이었다.

인상 수치와 적용일은 제가 받은 공지 메일 기준입니다. 발행 당일 DeepSeek 공식 가격표를 다시 열어 숫자를 확인하고 고칩니다.

그래도 비싼 모델은 아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비싼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상된 가격도 80% 할인 중인 GPT Luna나, 반값 프로모션과 함께 발표된 Gemini 3.7 Flash와 견줄 만한 수준이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가격 자체가 부담이라기보다, 정말 저렴하게 쓰던 시절이 지났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온다.

그 가격이면 GPT 5.6 Luna가 낫지 않을까

비슷한 가격이면 GPT 5.6 Luna가 낫지 않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나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모델 선택은 총점 비교가 아니다. 모델마다 성능의 모양과 잘하는 분야가 다르고, 내 작업에서 어떤 답을 내놓는지가 기준이 된다. 나는 DeepSeek가 보조 작업에서 보여 준 성능에 만족하며 써왔다. 그래서 인상된 가격을 과금하면서도 계속 쓸 생각이다.

잠시 접기로 한 꿈 하나

하나는 접기로 했다. API 과금으로 LLM을 붙인 서비스를 만들어 본전 이상을 뽑겠다는 꿈이다.

이번 일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프로모션 가격은 언제든 바뀐다. 특정 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위에 서비스를 설계하면, 가격표 한 장에 계획 전체가 흔들린다. 나중에 정말 만들게 되더라도, 인상된 가격 기준으로도 남는 구조인지부터 계산해야겠다.

다섯 배로 올라도 계속 쓸 것인가

싼 시절을 보내는 아쉬움은 있지만, 내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잘하는 일이 다른 모델을, 알고 쓰는 만큼의 값을 치르며 계속 곁에 두는 것이다. 여러분이 매일 쓰는 AI가 내일 다섯 배로 오른다면, 계속 쓰시겠는가. 그 답이 곧 그 모델의 진짜 가치일 것이다.